
새해가 되면 소비를 줄이겠다는 다짐하게 됩니다. 저도 1월이 되면 항상 소비를 좀 더 신중하게 해보자고 마음먹습니다. 계획을 세우는 일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가계부를 쓰거나 계획표를 만들기만 해도 왠지 올해에는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또 며칠만 지나면 그 계획이 생각대로 안 되는 걸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처음에는 분명 각오를 다지고 계획대로 했는데 생활은 평소처럼 흘러가고 소비도 결국 다시 똑같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저는 새해 소비 다짐이 대체 왜 작심삼일로 끝나는지 제 경험 중심으로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다짐이 시작된 시점
저는 새해가 되면 꼭 카드 사용 내역을 한 번 보게 됩니다. 큰돈을 쓴 것도 아닌데, 뭔가 지출이 많아 보이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특히 같은 항목이 반복되는 게 눈에 들어오면 괜히 더 신경이 쓰입니다. 자동결제나 작은 결제가 생각보다 자주 찍혀 있으면 ‘내가 이렇게 자주 썼나’ 싶습니다.
그때부터 마음이 조금 불편해집니다. 사실 필요해서 결제한 것도 있을 텐데도, 막상 내역을 보면 ‘이건 굳이였나’ 싶은 것들이 섞여 있습니다. 지출이 꼭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반복되면 부담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새해가 되면 더 신중하게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저는 이런 마음이 들 때마다 계획을 세워보려고 합니다. 이번 달에는 지출을 좀 줄여보자, 필요 없는 결제는 하지 말자 같은 식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건, 계획을 세우는 순간에는 분명히 마음이 단단해진다는 점입니다. 진짜로 이번에는 다르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다만 그 느낌이 오래 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계획을 세운 그날이 지나고, 하루 이틀이 지나고, 다시 평소처럼 생활하다 보면 그 다짐은 생각보다 빨리 뒤로 밀립니다. 그럴 때 저는 ‘이게 왜 이렇게 어렵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짐을 하는 건 쉬운데, 유지하는 건 늘 어렵게 느껴집니다.
흔들리는 순간이 반복될 때
다짐을 하고 나면 이상하게도 흔들리는 순간이 더 자주 생깁니다. 필요하지 않았던 물건이 갑자기 필요해 보이기도 하고, 평소에는 잘 보지 않던 쇼핑 광고가 눈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문구들이 유난히 또렷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소비가 더 신경 쓰이기 시작합니다.
특히 “이번에는 절대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기준을 강하게 잡았을 때, 오히려 마음이 더 불편해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다짐이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으로만 남으면, 그 다짐을 계속 떠올리는 과정이 피로로 변합니다. 그러면 계획을 지키는 행위 자체가 어느 순간부터 부담처럼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저는 피곤하면 배달 앱을 먼저 켜게 됩니다. 원래는 집에 있는 재료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날은 요리 하는 것도 귀찮아서 배달을 시키고 싶습니다. 배달 앱으로 한 번 결제를 하고 나면 계획은 더 쉽게 흐려집니다. 그때는 계획보다 당장의 피로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문제는 그 ‘조금’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작은 허용이 반복되면 기준 자체가 흐려집니다. 한 번 결제를 하고 나면 두 번째 결제는 더 쉽게 이루어지고, 결국 다짐은 형태만 남게 됩니다. 그리고 그 순간에는 대체로 스스로를 설득하는 말이 따라옵니다. 다음부터 다시 하면 된다는 말입니다.
저는 이 흐름이 생각보다 익숙하다는 걸 자주 느낍니다. 조심하는 단계가 있고, 한 번 풀어지는 단계가 있고, 무뎌지는 단계가 있습니다. 매번 다른 상황에서 흔들리는 것 같지만, 결국 흔들리는 방식은 비슷하게 반복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더 복잡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단순히 한 번의 실수로 끝나는 게 아니라, 비슷한 흐름이 다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다짐 이후에 남는 생각
다짐이 흐려진 다음에는 감정이 단순하지 않습니다. 후회가 남기도 하고, 자책이 남기도 하고, 어떤 날은 그냥 무덤덤하게 지나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중에서도 ‘또 비슷한 방식으로 흘렀다’는 느낌이 가장 오래 남았습니다. 돈을 쓴 사실보다, 그 과정이 반복되는 게 더 신경 쓰였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상황이 생기면 스스로의 의지를 먼저 의심했습니다. 왜 나는 이것도 못 지킬까, 왜 나는 또 이렇게 했을까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많이 할수록 다음 다짐이 더 무거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기준은 더 단단해지고, 그 단단함은 오히려 부담으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다짐을 세울 때도 예전처럼 완벽하게 지키려고만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다짐이 흐려질 수도 있다는 걸 어느 정도는 알고 시작하는 편이 낫다고 느껴집니다. 어떤 날은 잘 되지만 어떤 날은 잘 안 됩니다. 그 차이는 의지 하나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피곤함, 감정, 그날의 상태 같은 게 다 같이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소비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정리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다만 새해가 될 때마다 반복되는 다짐과 그 다짐이 흔들리는 순간을 기록해두고 싶었습니다. 저는 결심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심이 흐려지는 순간이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 알아차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다음에도 비슷한 순간이 오겠지만, 그때는 좀 더 빨리 알아차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