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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두고 안 쓰는 물건이 쌓이는 이유 (정리와 소비습관)

by Suyooo 2026. 1. 10.

거실 바닥에 택배 박스와 쇼핑백이 여러 개 쌓여 있는 모습

 

집을 정리하다 보면, 내가 언제 샀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나는 물건들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분명히 그때는 필요해서 샀고, 사면 잘 쓸 것 같았는데 막상 거의 쓰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런 물건들을 볼 때마다 스스로가 좀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왜 샀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고, 그 다음에는 “그때는 왜 꼭 필요하다고 느꼈지?”라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정리할 때마다 새삼 느낍니다. 물건이 많아져서 불편한 게 아니라, 내가 왜 샀는지 정말 기억이 안 나는 물건이 있다는 게 더 불편하다는 것을요. 사실 사두고 안 쓰는 물건은 누구에게나 생깁니다. 문제는 그게 반복되면서 집 안에 쌓이고, 결국 정리할 때마다 같은 후회가 남는다는 점입니다. 오늘은 제가 정리하면서 느꼈던 경험을 바탕으로, 사두고 안 쓰는 물건이 왜 계속 생기는지 적어보려고 합니다.

필요했던 것은 물건이 아니라 ‘기분’일 때가 있습니다

저는 가끔 물건을 “사용하기 위해서”라기보다, “기분 때문에” 사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꼭 우울하거나 극단적으로 힘든 날이 아니더라도, 애매하게 지치는 날들이 있습니다. 그런 날에는 그냥 무언가를 새로 사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그때는 그 물건이 정말 필요해 보입니다. 저는 예쁜 컵을 사면 집에서 차를 자주 마실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냥 아무 컵이나 쓰게 되고, 그 컵은 결국엔 장식처럼 남게 됐습니다. 특히 정리 관련 제품이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수납함, 정리 박스, 파우치 같은 것들은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정돈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리가 필요할 때는 “정리부터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정리템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튀어나올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물건이 집에 오면, 그때의 기분은 사라져 있습니다. 처음 살 때는 ‘이번에는 꼭 정리하겠다’는 마음이었는데, 며칠 지나면 피곤하고 생활은 똑같고, 결국 그 물건은 잠깐 쓰이다가 구석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집에는 물건이 늘어나고, 정리는 오히려 더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막상 안 쓰게 되면 버리기도 정말 애매합니다. 돈 주고 산 물건이라 더 그렇습니다. 결국 또 구석에 넣어두고 잊어버립니다. 정리하다 보면, 사용하지 않은 물건들은 대부분 “없어서 불편한 물건”이라기보다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산 물건”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그걸 보면서, 그때 내가 필요했던 건 물건 자체가 아니라 기분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용할 미래의 나’를 너무 믿게 됩니다

사두고 안 쓰는 물건이 계속 생기는 이유 중 하나는, 미래의 나를 너무 믿기 때문입니다. 물건을 살 때 저는 늘 “앞으로 잘 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앞으로’가 너무 넓다는 점입니다. 물건을 사는 순간에는 내가 지금보다 더 부지런하고, 더 계획적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처럼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운동 관련 물건이 그렇습니다. 운동복, 홈트 기구, 요가매트 같은 것은 살 때 정말 그럴싸해 보입니다. 그런데 막상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면 그걸 꺼내는 일 자체가 부담이 됩니다. 살 때는 운동하는 내가 너무 선명했는데, 현실의 나는 이미 지쳐 있습니다. 저는 홈트레이닝 기구를 사면 바로 운동을 시작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꺼내는 것도 귀찮아서 거실에 놔뒀는데 결국 빨래 걸이가 됐습니다. 주방용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쁜 그릇이나 조리도구를 사면, 그 순간에는 집에서 요리하는 생활이 시작될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현실은 배달앱을 켜는 날도 많고, 설거지를 하기 싫은 날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그 물건은 ‘언젠가 쓸 물건’이 되어버립니다. 저는 이런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물건을 샀던 내 자신이 나쁜 게 아니라 그냥 너무 기대를 했던 거라고 느꼈습니다. ‘물건을 산 나’가 아니라 ‘쓸 나’를 믿었기 때문에, 결국 물건이 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리가 어려운 게 아니라, 소비가 쉽게 이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물건이 쌓이면 정리를 먼저 떠올립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정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정리하는 방식이나 정리법을 검색합니다. 그런데 정리를 하고 나서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물건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정리보다 더 쉬운 게 “또 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생활하면서 계속 필요한 게 생깁니다. 그리고 필요한 것과 필요해 보이는 것이 섞여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 쇼핑을 할 때는 그 구분이 더 어려워집니다. 가격이 저렴해 보이면 ‘일단 사두자’는 마음이 들고, 옵션이 다양하면 ‘이왕이면 좋은 걸로’라는 생각이 따라옵니다. 그렇게 한 번 결제가 이루어지면 다음 결제는 더 쉬워집니다. 또 하나는 집 안에 물건이 많아질수록, 내가 이미 뭘 가지고 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비슷한 물건을 또 사게 됩니다. “분명히 있었던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면서도, 다시 사는 쪽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게 더 빠르고 간단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순간들이 반복되면 정리를 아무리 해도 물건은 계속 늘어납니다. 그래서 저는 “정리를 못해서 물건이 쌓인다”라고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정리 자체보다도, 물건을 사는 선택이 너무 쉽게 반복되는 부분이 더 크다고 느낍니다.

 

사두고 안 쓰는 물건이 쌓이는 건 단순히 게으름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는 분명 필요하다고 느꼈고, 잘 쓸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리하다 보면, 그 물건들은 대부분 ‘없어서 불편한 물건’이 아니라 ‘있으면 더 나아질 것 같았던 물건’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그런 물건들을 보면서, 내가 물건을 산 이유가 사용이 아니라 기분이었을 때가 많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미래의 나를 너무 믿었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정리할 때마다 단순히 물건을 치우는 것만이 아니라, 내가 왜 이걸 샀는지도 같이 보려고 합니다. 저는 다음에 또 비슷한 물건을 살 뻔하면 집에 있는 물건들을 먼저 떠올려봅니다. 그게 생각보다는 어렵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멈추게 됩니다.